떠나자! 낯선 풍경 속 나를 찾아서: 유럽 소도시 여행기

꿈에 그리던 유럽, 그런데 파리? 로마?

아니, 이번엔 조금 다르게 가고 싶었다. 늘 익숙한 도시들의 화려함보다는, 한적한 골목길에 숨겨진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바로 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소도시들.

포르투갈, 동화 속 마을 '오비두스'

첫 번째 목적지는 포르투갈의 '오비두스(Óbidos)'. 마치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하얀 집들과 붉은 지붕, 그리고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걷는 곳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포트 와인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해 질 녘, 따스한 햇살이 마을을 감쌀 때의 그 몽환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황홀했다. 이곳에서 맛본 체리 리큐르 '진지냐(Ginjinha)'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것이, 마을의 매력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 주었다. 병에 담아 기념품으로도 구입했는데, 집에서도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탈리아, 아름다운 해안 마을 '친퀘 테레'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탈리아의 '친퀘 테레(Cinque Terre)'.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절벽 위에 알록달록하게 자리 잡은 다섯 개의 마을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기차를 타고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잃었다. 몬테로소 알 마레의 해변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거나, 마나롤라의 아름다운 절벽 마을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짭짤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해산물 파스타를 맛보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이곳의 골목길은 꽤 가파른 편이라, 땀 흘리며 오르내리는 수고로움도 있었지만, 그 끝에 마주하는 멋진 풍경은 모든 수고를 잊게 해주었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던 그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프랑스, 중세의 멋이 살아있는 '콜마르'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콜마르(Colmar)'는 동화 '미녀와 야수'의 배경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목조 가옥들과 꽃으로 장식된 창문들은 마치 그림엽서 속 한 장면 같았다. '쁘띠 베니스(Petite Venise)'라 불리는 운하 지대는 낭만 그 자체였다. 곤돌라를 타고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노라면, 시간마저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콜마르의 와인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았다. 프랑스 대표 화이트 와인인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의 본고장답게, 길가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고, 곳곳의 와이너리에서 시음도 해볼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맛본 알자스 지방의 대표 음식인 '슈크르트(Choucroute)'는 짭짤한 절인 양배추와 소시지, 돼지고기 등을 곁들여 푸짐하게 나왔는데,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맛이었다. 이곳은 정말이지, 골목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체코, 숨겨진 매력 '체스키 크룸로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블타바 강이 S자 형태로 휘감아 도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웅장한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전망대에 오르면, 붉은 지붕으로 덮인 중세 마을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곳에서 맛본 체코의 전통 맥주 '부데요비체 부드바(Budweiser Budvar)'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쌉쌀한 맥주와 함께 맛본 꼴레뇨(Koleno, 돼지 족발 요리)는 맥주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었다. 강물 위로 비치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밤이 되면 은은하게 켜지는 가로등 불빛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밤 풍경도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소도시 여행, 왜 좋을까?

번잡한 대도시의 북적임 대신, 한적한 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소도시 여행이 정답이다. 낯선 풍경 속에서 걷고, 먹고,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경험이 될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길에서 만난 작은 카페, 친절한 현지인의 미소가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휴식과 나 자신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다음 여행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소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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